2024년 10월 8일 아침 8시 45분,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약 9조 1천억 원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시장 예상보다 적은 숫자였습니다. 발표 직후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 이름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송구하다”는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실적을 두고 따로 사과문을 낸 것은 처음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1
2년 뒤인 2026년 10월 8일 아침 7시 44분, 같은 양식의 공시가 올라왔습니다. 이번에 적힌 3분기 영업이익은 107조 4천억 원이었습니다.2 2018년 한 해 영업이익(58.9조 원)의 두 배 가까운 돈을 석 달 만에 번 셈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 사이 회장 자리에 있던 사람, 그리고 그의 할아버지가 연 작은 가게에서 시작합니다.
청과물과 국수를 팔던 회사가 왜 반도체에 손을 댔을까요?
1938년 3월 1일, 이병철은 대구에 삼성상회를 열었습니다. 청과물과 건어물을 중국·만주로 내다 팔고, 제면기를 들여 국수도 만들던 무역 회사였습니다.3 삼성은 이 가게에서 출발해 여러 사업으로 커졌고, 1969년 1월에는 삼성전자공업(지금의 삼성전자)을 세워 전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974년 12월에는 이병철의 아들 이건희가 사재를 들여 파산 직전이던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사들였고, 1977년 삼성이 나머지 지분을 인수했습니다.4
본격적인 결단은 1983년 2월 8일 일본 도쿄에서 나왔습니다. 이병철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규모로 투자하겠다고 결심했고, 3월 15일 이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흔히 ‘2·8 도쿄 선언’이라고 부릅니다. 반도체는 설비에 돈이 많이 들고 기술이 금방 낡는 사업이라, 회사 안팎에서 반대가 많았다고 전해집니다.5 회사 연혁에 따르면 삼성은 그해 64K D램 개발에 성공했습니다.6
도쿄 선언 때 이병철의 손자 이재용은 열네 살이었습니다.7
세계 1등에 오른 해, 회장은 왜 “다 바꾸라”고 했을까요?
이재용은 1968년 이건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경복고를 거쳐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했고,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습니다.7
그사이 회사의 주인도 바뀌었습니다. 이병철은 1987년 11월 세상을 떠났고, 같은 해 12월 1일 아들 이건희가 삼성그룹 회장에 올랐습니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시장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8
1위에 오른 이듬해인 1993년 6월 7일, 이건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 임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해 미국 전자제품 매장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삼성 제품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집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말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였습니다. 이른바 ‘신경영 선언’입니다.9
창업자의 손자는 회사에서 어떤 계단을 밟았을까요?
이재용은 입사 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대학원에서 경영관리를 공부했고,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2001년 상무보로 회사에 돌아와 2003년 상무가 됐습니다.10
2007년 1월에는 전무 겸 최고고객책임자(CCO)가, 2009년 12월에는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됐습니다. 최고운영책임자는 회사의 하루하루 사업 운영을 맡는 자리입니다. 사장을 거쳐 2012년 부회장에 올랐습니다.10
입사부터 부회장까지 21년이 걸렸습니다.
준비가 끝나기 전에 맨 앞자리에 서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2014년 5월 10일 밤,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 뒤 부회장이던 이재용이 사실상 그룹을 이끌었습니다.117 2016년 10월에는 삼성전자 등기이사(이사회 구성원)가 됐습니다.7
2017년부터는 재판이 이어졌습니다. 이른바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2017년 2월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항소심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대법원 파기환송 뒤 2021년 1월 18일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다시 수감됐습니다. 양쪽 모두 재상고하지 않아 1월 25일 형이 확정됐고, 2021년 8월 13일 가석방, 2022년 8월 광복절 특별복권을 받았습니다.12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회계 처리를 둘러싼 사건으로는 2020년 9월 기소됐습니다. 1심(2024년 2월 5일)과 2심(2025년 2월 3일)은 무죄였고, 대법원이 2025년 7월 17일 검찰 상고를 기각해 무죄가 확정됐습니다.13
이건희 회장은 2020년 10월 2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11 2022년 10월 27일,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습니다. 부회장이 된 지 10년 만이었고, 별도의 취임 행사는 없었습니다.14
세계에서 메모리를 가장 많이 만들던 회사가 왜 AI 붐에서 한발 늦었을까요?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23년, 삼성전자의 한 해 영업이익은 6.6조 원으로 줄었습니다. 전년(43.4조 원)의 6분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2 반도체 값이 떨어진 불황에 더해, AI 서버에 들어가는 새 메모리 경쟁에서도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15
그 새 메모리가 HBM(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D램을 여러 층 쌓아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게 만든 칩으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옆에 붙습니다. 이 시장을 먼저 잡은 쪽은 SK하이닉스였습니다. 2024년 5월 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장을 바꿔 전영현 부회장을 앉혔습니다. 사장단 인사를 보통 연말에 하던 회사였습니다.15
프롤로그의 사과문이 나온 2024년 10월, 회사는 실적 설명 자료에 HBM3E(5세대 HBM)의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예상 대비 지연”됐다고 직접 적었습니다.16 주가는 2024년 11월 14일 4만 9,900원까지 내려갔습니다. 2021년 1월 11일 종가 9만 1,000원에서 45.2% 빠진 값으로, 2018년 이후 가장 깊은 하락이었습니다.17
4만 원대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어떻게 36만 원을 넘었을까요?
2025년 7월 28일,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형 기업”과 22조 7,648억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습니다. 계약 기간은 2033년 말까지였고, 공시에는 상대방 이름이 없었습니다. 공시가 나온 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X에 삼성의 텍사스 새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만들 것이라고 써, 상대가 테슬라로 알려졌습니다. 그날 종가는 6.8% 올랐습니다.18 (테슬라 이야기는 시리즈 #02에 있습니다.)
2025년 10월 10일, 삼성전자 종가는 9만 4,400원으로 2021년 1월 11일 이후 처음 최고 종가를 넘었습니다. 1,733일 만이었습니다. 10월 27일에는 처음으로 10만 원 위에서 장을 마쳤습니다.17
2026년 2월 12일, 삼성전자는 6세대 HBM인 HBM4를 양산해 고객에게 출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하며 이를 업계 최초라고 소개했습니다. 12층으로 쌓은 제품이었고, 고객사는 엔비디아로 보도됐습니다.19
숫자는 2026년에 크게 달라졌습니다. 분기 영업이익(잠정)은 1분기 57.2조, 2분기 89.5조, 3분기 107.4조 원이었고, 아홉 달 합계 254.1조 원은 2018~2025년 여덟 해 영업이익을 모두 더한 것(300.6조 원)의 85% 수준입니다.2 주가는 2026년 6월 18일 종가 36만 2,500원으로 2000년 이후 최고 종가를 새로 썼습니다. 2026년에만 35번째 경신이었습니다.17
사상 최대 이익을 내던 해, 주가는 얼마나 흔들렸을까요?
꼭대기를 찍은 뒤 여름 시장은 거칠었습니다. 삼성전자 종가는 6월 18일 36만 2,500원에서 7월 30일 20만 7,000원까지 42.9% 내려갔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도 크게 흔들려, 7월 28일 하루에만 10.8% 내렸습니다. 서킷브레이커 1단계 기준(8%)을 넘는 낙폭입니다. 그리고 사흘 뒤인 7월 31일, 코스피는 17.9%, 삼성전자는 26.8% 올랐습니다. 2000년 이후 삼성전자의 하루 상승률로는 가장 큽니다.17
메모리는 값이 크게 오르내리는 사업입니다. 이 글 속에서도 영업이익이 2022년 43.4조에서 2023년 6.6조 원으로, 다시 2026년 한 분기 107.4조 원으로 움직였습니다. 2026년 10월 20일 종가 21만 1,500원은 6월 꼭대기보다 41.7% 낮습니다.17
엔비디아 실적은 한국 투자자가 삼성전자와 함께 챙겨 보는 일정입니다. 2018년 이후 엔비디아 정기 실적 발표 35번의 다음 한국 거래일에 삼성전자는 17번, 코스피는 19번 올랐습니다. 최근 다섯 번만 보면 삼성전자가 네 번 올랐는데, 그중 세 번은 엔비디아 주가가 그 뒤 미국 장에서 내린 날이었습니다. 한국 장은 같은 날짜 미국 장보다 먼저 끝나므로, 이 숫자는 어느 쪽이 다른 쪽을 움직였다는 뜻이 아닙니다.17 엔비디아 쪽 이야기는 시리즈 #01, 엔비디아 칩을 만드는 대만 회사 이야기는 시리즈 #05 TSMC에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우리 CXL 관련주 글의 대장주이기도 합니다.
| 항목 | 값 | 설명 |
|---|---|---|
| 최고 종가 경신일(2000-01 이후 기준) | 232일 | 2001·2007·2014·2015·2018·2019·2022·2023·2024년은 0일. 2026년이 35일로 가장 많았습니다. 마지막은 2026-06-18 362,500원. 2018-01 이후만 세면 83일입니다 |
| 가장 긴 경신 공백 | 1,733일 | 2021-01-11 91,000원 → 2025-10-10 94,400원 |
| 최고점 대비 최대 낙폭(2018 이후) | −45.2% | 고점 2021-01-11 91,000원 → 바닥 2024-11-14 49,900원. 2000년부터 보면 2000년의 −64.8%가 가장 깊습니다 |
| 하루 최대 상승 | +26.8% | 2026-07-31. 같은 날 코스피 +17.9%. 시장 전체가 크게 오른 날입니다 |
| 잠정실적 공시 당일 상승 | 13 / 36회 | 2018~2026년 분기 첫 공시(모두 장 시작 전). 같은 날 코스피는 19 / 36회 상승. 2018-10-05는 보합(0.0%) |
| 엔비디아 실적 다음 한국 거래일 상승 | 17 / 35회 | 같은 날 코스피 19 / 35회. 최근 5회는 삼성전자 4회, 코스피 5회 상승. 2023-11-22는 보합(0.0%) |
| 엔비디아 실적(미국) | 한국 다음 거래일 | 삼성전자 | 코스피 | 엔비디아 다음 미국 거래일 |
|---|---|---|---|---|
| 2025-08-27 | 08-28 | −1.4% | +0.3% | −0.8% |
| 2025-11-19 | 11-20 | +4.2% | +1.9% | −3.2% |
| 2026-02-25 | 02-26 | +7.1% | +3.7% | −5.5% |
| 2026-05-20 | 05-21 | +8.5% | +8.4% | −1.8% |
| 2026-08-26 | 08-27 | +1.7% | +1.5% | +8.7% |
한국 다음 거래일 장은 같은 날짜 미국 장보다 먼저 끝납니다. 코스피 등락을 빼지 않은 숫자입니다. 계산 방법은 방법론에 정리해 두었고, 이 표는 매 분기 잠정실적 공시 뒤 갱신합니다.17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 엔비디아 창업 스토리 — 접시닦이 소년 젠슨 황의 33년 · 테슬라 역사 — 남아공 책벌레 소년이 운전대를 잡기까지 · AMD 주가 역사, 장난감 자동차를 뜯어보던 아이 리사 수 · 팔란티어 창업 스토리 — 난독증 철학 박사 알렉스 카프 · TSMC 역사, 쉰다섯에 다시 시작한 모리스 창 · SK하이닉스 역사 — 최태원이 산 채권단의 회사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과거 기록은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림은 실제 장면이 아닌 일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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