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8일, AMD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짧은 공시 한 건을 냈습니다. CEO가 물러나고, 마흔네 살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리사 수가 새 CEO가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2
그날 AMD 주가는 $3.28에 마감했습니다.3 회사는 2012년부터 해마다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4 11년 뒤인 2025년, 같은 회사는 한 해 346억 달러의 매출을 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공시에 이름이 오른 한 사람에서 시작합니다.
동생의 장난감 자동차가 복도에서 멈추면, 보통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리사 수는 1969년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났습니다. 세 살 때, 아버지가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게 되어 가족이 뉴욕으로 옮겼습니다.5
그는 2025년 스탠퍼드 대담에서 어릴 적 동생의 무선 조종 자동차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동차가 멈추면 “왜 멈췄지?” 하고 묻고, 뜯어서 들여다봤다고요.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며 고치는 걸 늘 좋아했다고 합니다. 같은 대담에서 어린 시절은 “학교와 피아노”였다고 말했습니다.6
어릴 때는 코모도어 64 컴퓨터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짰고,7 과학 특목고인 브롱크스 과학고를 1986년에 졸업했습니다.8
수학을 잘한다고 믿고 MIT에 간 열일곱 살은, 2주 만에 무엇을 깨달았을까요?
1986년 가을, 열일곱 살 리사 수는 부모님이 데려다준 MIT 기숙사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2026년 MIT 졸업 축사에서 이때를 돌아보며, 수학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첫 수업 두 주 만에 주변에 수학을 잘하는 친구가 아주 많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습니다.9
1학년 때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으로 들어간 곳이 행크 스미스 교수의 반도체 실험실이었습니다. 온몸을 덮는 방진복을 입고, 지름 2인치짜리 작은 웨이퍼 위에 소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 경험으로 반도체에 빠졌다고 말합니다.9
전공은 전기공학이었습니다. 1990년 학사, 1991년 석사, 1994년 박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논문은 실리콘 위에 절연막을 까는 새 방식(SOI) 연구였습니다. 지도교수 안토니아디스는 그에게 “기술 쪽에 오래 머물라”고 조언했습니다.8
직원이 수십만 명인 회사에 들어간 스물다섯 살 엔지니어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1년을 일한 뒤 1995년 IBM에 들어갔습니다.10 처음 맡은 일은 칩 안의 전선을 알루미늄에서 구리로 바꾸는 연구였습니다. 구리는 전기가 더 잘 통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칩을 오염시키는 골칫거리였습니다.11
입사 5년쯤 됐을 때 그는 루 거스너 회장의 기술 보좌역으로 뽑혀 1년을 일했습니다.12 그 뒤 신사업을 찾는 작은 조직을 맡았고, 소니·도시바와 함께 차세대 게임기용 칩을 만드는 협력에서 IBM 쪽을 대표했습니다. 이 칩이 2004년에 발표된 ‘셀(Cell)’입니다.13
IBM에서 13년 동안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부사장까지 오른 그는 2007년 반도체 회사 프리스케일의 최고기술책임자로 옮겼습니다.2 그는 2026년 졸업 축사에서, IBM 시절 한 멘토에게 들은 “가장 어려운 문제 쪽으로 달려가라”는 말을 최고의 조언으로 꼽았습니다.9
리사 수가 오기 전, AMD는 어떤 회사였을까요?
AMD는 1969년 5월 1일, 제리 샌더스와 페어차일드 반도체 출신 동료 7명이 세웠습니다.14 돈을 모으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샌더스는 1985년, 인텔의 로버트 노이스는 500만 달러를 모으는 데 5분이 걸렸다던데 자기는 5달러를 모으는 데 500만 분이 걸렸다고 돌아봤습니다.15
1979년 AMD는 광고에서 자신을 아스파라거스 농사에 빗댔습니다. 심고 나서 몇 년을 기다려야 거두는 작물처럼, 시간이 걸려도 이익이 큰 제품에 투자한다는 뜻이었습니다. 1983년 무렵에는 인텔과 계약을 맺고 IBM PC에 들어가는 인텔 설계 칩(8086/8088)을 함께 만들었습니다.15
그 뒤 AMD의 역사는 인텔과의 긴 경쟁이었습니다. 2006년에는 그래픽 칩 회사 ATI를 약 54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습니다.16 2008년에는 순손실이 약 31억 달러에 이르렀고,17 2009년 3월에는 칩 공장을 아부다비 정부 투자회사와 함께 세운 합작사(뒤의 글로벌파운드리)로 떼어냈습니다.18 같은 해 11월 인텔은 그동안의 다툼을 끝내며 AMD에 12.5억 달러를 주기로 합의했습니다.19
주가 3달러, 해마다 적자를 내던 회사의 CEO 자리를 ‘꿈의 직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리사 수는 2012년 1월 AMD에 사업부 총괄 수석부사장으로 들어왔고, 2014년 7월 COO, 그해 10월 CEO가 됐습니다.2 그는 2026년 축사에서 CEO 자리를 “꿈의 직장”이라 부르면서도, 당시 AMD는 “힘든 몇 해를 지나온” 회사였다고 말했습니다. 멘토 중에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본 사람도 있었습니다.9
숫자가 그 시기를 보여 줍니다. 매출은 2011년 65.7억 달러에서 2015년 39.9억 달러로 줄었고,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내리 순손실을 냈습니다.4 직원은 2011년 말 약 1만 1,100명에서 2014년 말 약 9,700명으로 줄었고, 2013년에는 텍사스 오스틴 사옥을 팔고 다시 빌려 쓰는 계약으로 약 1억 6,400만 달러를 마련했습니다.20 주가는 2015년 7월 $1.62까지 내려갔습니다.3
당시엔 ‘왜 스마트폰 칩을 만들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그는 2025년 대담에서 돌아봤습니다. 검토 끝에 그는 이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AMD가 잘하는 쪽에 걸어야 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21
결과가 나오기까지 3~5년이 걸린다면, 그동안 회사를 어떻게 버틸까요?
리사 수가 세운 계획은 세 줄이었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고객과의 관계를 깊게 하고, 사업을 단순하게 만든다.7 그리고 고성능 컴퓨터용 칩에 회사를 걸었습니다. 그는 2025년 대담에서 이 결정을 돌아보며 “3~5년, 제품 세 세대가 걸리는 일”이라고 내다봤다고 말했습니다.6
목표는 클럭당 처리하는 명령 수(IPC)를 이전 세대보다 40%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답이 새 설계 ‘젠(Zen)’입니다.22 기다리는 동안에는 게임기 회사와의 칩 계약 같은 일로 버텼습니다.7
2017년 3월 젠 설계를 쓴 PC용 칩 라이젠(Ryzen)이, 6월에는 서버용 칩 에픽(EPYC)이 나왔습니다.23 2017년 AMD는 4,300만 달러 순이익으로 6년 만에 흑자를 냈다고 발표했고(뒤에 새 회계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3,300만 달러 적자), 2018년에는 3.4억 달러의 순이익을 냈습니다.4
적자 회사가 10년 동안 얼마나 커질 수 있을까요?
2020년 1월 2일 AMD 주가는 $49.10에 마감해, 2000년 닷컴 붐 때 세운 최고 종가(분할 반영 $47.50)를 19년 반 만에 처음 넘어섰습니다.3
2022년 2월에는 프로그래머블 칩 회사 자일링스 인수를 마쳤고,24 2023년에는 AI 학습·추론용 가속기 MI300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25
매출은 2015년 39.9억 달러에서 2025년 346.4억 달러로 약 8.7배가 됐고, 2025년 순이익은 43.4억 달러였습니다.4 리사 수는 2024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CEO’로 뽑혔고, 2026년에는 미국 국가과학훈장을 받았습니다.10
동생의 장난감 자동차를 뜯어보던 아이는 이제 세계 AI 회사들이 기다리는 칩을 무대에서 소개합니다.
AMD가 밝힌 다음 계획은 무엇이고, 회사 스스로 꼽은 위험은 무엇일까요?
회사가 밝힌 계획. AMD는 2025년 10월 오픈AI와 6기가와트 규모의 AI 가속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습니다. 첫 1기가와트에는 MI450 시리즈를 씁니다. 이와 함께 오픈AI에 AMD 주식 최대 1억 6천만 주를 주당 0.01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워런트)를 줬는데, 구매량과 주가 조건(마지막 단계는 주가 600달러)을 채워야 단계별로 쓸 수 있습니다.26 AMD는 CPU·GPU·네트워크 칩을 한 랙에 묶은 ‘헬리오스’도 미리 선보였다고 밝혔습니다.27
회사가 꼽은 위험. 2025년 사업보고서(10-K)는 이렇게 적습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수출에 새 허가 요건을 붙이면서 중국용 MI308 칩 관련 재고 등 약 8억 달러를 비용으로 처리했고, 뒤에 일부 중국 고객 대상 수출 허가를 받았습니다. 7나노 이하 칩 웨이퍼는 모두 대만 TSMC에 맡기고, 조립·검사는 거의 다 중국·말레이시아·대만의 외부 공장에서 합니다.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인텔·엔비디아와 맞서고, 일부 고객은 자기 칩을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27
한국과의 연결. AMD는 2025년 6월, MI350 시리즈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HBM3E 메모리를 쓴다고 공개했습니다.28 아래는 최근 다섯 번의 실적 발표 뒤 한국 HBM 관련주의 같은 날짜 기록입니다. AMD는 미국 장이 끝난 뒤 실적을 내고, 다음 한국 장은 미국 다음 날 장보다 먼저 끝납니다. 그래서 한쪽이 다른 쪽을 움직였다고 읽을 수는 없고, 시장 전체 등락도 빼지 않은 숫자입니다.29
| AMD 실적 | 한국 거래일 | HBM 테마 평균 | 삼성전자 | 코스피 | AMD 다음 미국 거래일 |
|---|---|---|---|---|---|
| 2025-08-05 | 08-06 | −0.13% | −1.57% | +0.00% | −6.42% |
| 2025-11-04 | 11-05 | −4.20% | −4.10% | −2.85% | +2.51% |
| 2026-02-03 | 02-04 | +0.89% | +0.96% | +1.57% | −17.31% |
| 2026-05-05 | 05-06 | +2.85% | +14.41% | +6.45% | +18.61% |
| 2026-08-04 | 08-05 | +5.12% | +2.50% | +3.76% | −7.04% |
다섯 번 중 HBM 테마 평균이 오른 날은 세 번이었고, 세 번 모두 코스피도 올랐습니다.29
아래 표는 2018년 1월 2일 이후 종가만 놓고 센 값입니다. Yahoo Finance에 남은 1980년 이후 종가 전체로 넓히면 그림이 훨씬 거칠어집니다. 2000-06-21 고점에서 2015-07-27 바닥까지 −96.6%가 빠졌고, 하루에 가장 많이 오른 날은 리사 수가 CEO를 맡고 있던 2016-04-22의 +52.3%입니다.29
| 항목 | 값 | 설명 |
|---|---|---|
| 최고 종가 경신일(2018-01 이후 기준) | 148일 | 2022년과 2023년은 0일. 마지막은 2026-10-06 $649.42. 2000년 고점까지 넣으면 91일, 첫 역대 경신은 2020-01-0229 |
| 최고점 대비 최대 낙폭 | −65.4% | 고점 2021-11-29, 바닥 2022-10-14 |
| 하루 최대 상승 | +23.8% | 2025-04-09,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발표한 날. 나스닥도 12% 넘게 올랐습니다30 |
| 실적 다음 날 상승 | 15 / 37회 | 내린 날이 더 많았습니다. 정기 실적만 세면 35회 중 15회 |
| 실적 다음 한국 거래일 HBM 테마 상승 | 3 / 5회 | 세 번 모두 코스피도 오른 날. 2025-08-06 코스피는 +0.004%로 보합 |
계산 방법은 기록 계산 방법에 적어 두었습니다. 이 표는 매 분기 실적 발표 뒤 갱신합니다.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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